
인공지능(AI)산업은 ‘종합예술’에 비견된다. 돈과 기술만 있다고 특정 국가와 기업이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은 기본이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곳곳에 구축돼 있어야 한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촘촘한 전력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초고속 네트워크망을 깔아야 하는 것도 필수다.
일본은 4년 전 디지털청을 신설해 AI산업 정책을 전담하고 있다. 118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600명을 민간 전문가로 채웠다. 영국도 총리실과 과학혁신부를 결합한 별도 AI 조직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방위산업과 원전산업의 핵심 기술 개발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면서 수출 활동에는 정부가 집중 서포트하는 것처럼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뛰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주요국은 일찌감치 GPU를 확보하기 위해 정상들이 직접 뛰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GPU 공급을 부탁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AI 장비를 확 줄이면 엔비디아 제품을 각각 연 100만 개, 50만 개 주겠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상했다.
산업계는 데이터센터 핵심 요소인 GPU를 2030년까지 30만 개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보하겠다고 공약한 5만 개보다 여섯 배 많은 규모다. 하 센터장은 “정부 주도로 GPU를 5만 개가 아니라 30만 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에선 한정된 재정과 GPU를 ‘제조업 AI’ 개발에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모두의 AI’보다는 자동차, 로봇, 물류 등 분야별로 특화한 ‘버티컬 AI’부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초기 투자 비용과 데이터 축적 문제로 AI 활용을 어려워하는데, 정부가 기업들을 모아 데이터를 공유하고 성공 사례를 마련하기 위한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차석원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장은 “다른 국가는 검색엔진을 구글에 잠식당했기 때문에 ‘소버린 AI’를 개발하는 데 정부가 뛰어들었다”며 “우리는 한국어 기반 검색엔진과 메신저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잘 연구하도록 정부가 뒤에서 지원해주는 형태가 맞다”고 말했다. 소버린AI는 정부가 국가 자원을 활용해 구축한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김형규/한재영 기자
제언에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순)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 이상곤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차석원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장,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