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가 '택(Tag)갈이'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인버터의 안보문제 및 국내산업 침체 문제와 관련 현황파악에 나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산 제품에 대한 인증제도 강화, 보조금 논의 등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1일 한화큐셀, HD현대에너지솔루션, 효성중공업, 이노일렉트릭, 동양이앤피 등 국내 인버터 판매사를 한자리에 모아 중국산 인버터가 국내 시장을 장악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내 점유율이 높은 중국업체들도 면담에 참여하고 싶다며 회의장을 찾아왔지만, 입장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인버터 기업들은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중국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한국으로 수출한 뒤 한국 대기업의 브랜드만 붙이는 방식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넘어 중국내에서 개발·설계·제조 등 모든 과정을 거친후 브랜드만 붙여 국내에 판매하면서 '택갈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지 4월 30일자 A1,3면 '[단독] 교묘한 '택갈이'…국내 태양광 점령한 中' 참조
실제 한국내에 유통되는 90~95%의 인버터가 사실상 중국산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산업부는 인버터가 태양광 에너지망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만큼 중국의 국내 시장 점령이 에너지 안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버터는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를 각 사용처에 뿌려주고 전체 전력망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산업부는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제품 뿐 아니라 한국 브랜드로 판매되는 중국제품 역시 조사 대상이다. 만약 보안 문제가 있는 불법 통신 부품 등이 발견되는 경우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조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최근 미국에선 중국산 인버터 제품에서 불법 통신장치가 발견돼 '킬스위치' 논란이 커지고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전력망에 연결된 중국산 인버터를 분해해본 결과 제품설명서에 기재돼 있지 않은 불법 통신장치 등을 발견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의 원격 스위치 한번에 에너지망 정보유출, 에너지 인프라 해킹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산을 줄이고 국내산 제품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도 검토한다. 아직 현황 파악 및 조사 단계인만큼 구체적인 지원책이 고려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산 인버터에 대한 인증제도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지원체계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관련 사항을 검토할 전망이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도 산업부는 국내에서 인버터를 자체 생산하는 업체들을 격려하고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에 참여한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측 공약대로 태양광 설치가 확 늘어나면 중국산 점령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회의 참여자들의 우려가 있었다"며 "에너지 안보와 국내 산업 보호 측면에서 실효적인 국내 태양광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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