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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이 된 유도탄·전투기…재래식 무기도 '안티재밍' 필수

입력 2025-05-26 18:49   수정 2025-05-27 01:54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통신장비를 켜면 3분 내 러시아군 포탄이 떨어집니다.”(방위산업체 A대표)

미국 대형 방산회사가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 통신장비는 최소 4만 대. 우크라이나 현지 업체들은 “이젠 무전기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지원받은 무전기를 나무에 묶어 러시아 포탄을 고갈시키는 용도로 쓰고 있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전파 교란(재밍)에 대응하지 못하는 미군 포탄의 신세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미군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탄의 대표 주자로 불리던 엑스칼리버 155㎜ 유도탄과 다연장로켓인 하이마스의 명중률은 10% 아래로 추락했다.
◇현대전 필수가 된 안티재밍
재밍과 안티재밍(재밍 방지)을 앞세운 ‘전자전’이 전장을 바꿔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압도적 화력이 우크라이나군의 전자전에 격퇴당하는가 하면 미군이 지원한 고가의 최신예 무기들도 러시아군의 재밍에 맥을 못 추고 있어서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 위주로 유럽에 수출 중인 국내 방산기업들도 서둘러 안티재밍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양측 병력 손실이 150만 명에 육박하자 사상자를 줄이면서도 재밍을 피해 갈 수 있는 인공지능(AI) 드론이 개발되면서 새롭게 전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로템은 내년 폴란드에서 제작 예정인 K2 전차에 재밍 기능이 포함된 국산 능동방어체계(APS)를 적용할 예정이다. 안티재밍 장치도 전차에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도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공동으로 재머가 장착된 지능형 APS를 내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APS는 전차가 유도탄이나 자폭드론 등의 공격을 받기 전 연막탄, 재밍, 요격 등으로 무력화하는 시스템이다.
◇재밍에 맞선 군집·AI 드론 등장
재밍을 당해도 통신망을 유지할 수 있는 이동형 자율네트워크(MANET)와 비행형 자율네트워크(FANET)도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국내 1위 군 통신회사인 휴니드는 기존에 보유한 MANET와 개발 중인 FANET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통신 기지국이 집중적으로 재밍을 당해도 통신장치를 장착한 개별 무인기나 차량 등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재밍에 대응해 전파 대역을 바꾸는 AI 기반 회피 알고리즘 등도 개발 중이다. 휴니드 관계자는 “전자전 위협에서도 전투원이 실시간으로 적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추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재밍에 대응해 적의 정확한 위치를 포착하는 ‘통합항법’도 현대 무기가 갖춰야 할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선 덕산넵코어스가 K9 자주포에 통합항법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빅텍과 삼정솔루션, 단암시스템즈, 파이버프로 등도 통합항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재밍으로 드론 운용에 어려움을 겪자 100대 이상의 드론을 한꺼번에 동원하는 ‘군집드론’, AI가 스스로 적을 구분하고 타격하는 지능형 자폭드론도 등장했다. 국내 업체들도 이런 드론을 개발 중이다. 파블로항공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다음달 드론 50대까지 운용 가능한 자율군집비행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AI 기업 펀진은 실시간 촬영 영상으로 적을 가려내고 공격 무기를 추천하는 ‘킬웹매칭’ 기술을 지난달 공개했다.

안티재밍(Anti-jamming)

전파 교란(재밍)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기술로 무선통신과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에서 사용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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