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국내외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해외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고 있다. 레버리지 효과가 큰 상장지수상품(ETP) 등으로 한 방을 노리는 수요가 커졌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이런 고위험 상품 투자에 따른 손실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들어 진입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상품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테슬라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였다. 올해에만 16억3096만달러어치 팔렸다. 개별 종목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된 해외 주식으로 기록됐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3위, 9억1137만달러), 이더리움의 레버리지 상품인 ‘2X 이더리움’(10위, 2억5819만달러), 엔비디아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17위, 1억6253만달러)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빅테크 종목, 가상자산 등 변동성이 큰 자산을 기초로 삼은 ETF가 대부분이다.
선물 옵션 등 해외파생상품 거래도 증가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파생상품 거래대금(매수·매도 합산)은 1경607조원에 달했다. 2020년 6282조원에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1~4월 기준 개인이 많이 거래한 해외파생상품은 나스닥지수에 투자하는 선물인 ‘나스닥 100 E-미니’(7882억달러)와 ‘마이크로 E-미니 나스닥100’(7492억달러), 금 선물(1074억달러) 등이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증시 선호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파생상품 거래가 증가했다”며 “국내파생상품에 적용되는 투자 전 의무 교육 및 예탁금 등 규제가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작 수익을 내는 개인은 많지 않은 게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개인 손실액은 2020년 이후 매년 4000억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작년 손실액은 3899억원이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파생상품은 변수가 많고 가격 변동도 큰 편”이라며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위험 분산 설계를 할 수 없는 개인으로선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변동성 장세에선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가가 흔들릴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여서다.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다. 이에 따라 당국은 오는 12월부터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해외 고위험 상품 투자 전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자는 나이, 거래 경험 등에 따라 1~10시간의 사전 교육, 3~7시간의 모의 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