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정권에서 추진한 고용 유연화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노동개혁 실패가 반복된 이유로 ‘신뢰 부족’을 첫손에 꼽았다. 해고 요건 완화 등 고용 유연성 제고에 노동계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사회안전망 확대에는 비용을 부담하는 기업과 정부가 난감해한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은 ‘해고=생존 위협’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며 “해고 이후의 삶을 책임지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유연화 논의는 불신만 키운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이 ‘합리적 고용관계 해소’와 ‘강한 사회안전망’이라는 두 축의 균형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해고의 자유만 주장하거나 복지 강화만 외치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플렉시큐리티’(유연성+안전성)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진보 성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노동운동가 출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노사정 신뢰를 높일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덴마크의 2024년 말 기준 고용률은 7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은 한국의 고용률은 69.5%로 OECD 평균(70.2%)을 밑돈다. 2021년 기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24.4%로 OECD 평균(22.6%)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32.0%) 독일(28.5%) 일본(26.9%) 등보다 낮은데도 높은 고용률을 달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GDP 대비 사회지출 비율은 18.7%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금전보상형 해고’ 모델로 타협점을 찾았다. 회사와 맞지 않은 근로자에게 근속연수 등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고 고용 관계를 빠르게 종료하는 방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확한 금전보상 규율을 마련하면 수년씩 이어지는 해고 분쟁을 줄이고 노사 모두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우/곽용희 기자
■ 제언에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순)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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