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 투자 담당 본부장이 청탁을 받고 공제회 기금을 투자한 뒤 컨설팅 명목으로 수 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명 투자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주요 연기금·공제회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다양한 불법·부당 행위가 적발됐다고 27일 발표했다. 행정·군인·교직원 공제회 등은 2010년대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급격히 확대한 부작용으로 최근 잇따라 대규모 손실을 내고 각종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감사원이 조사한 결과 제도상 문제점과 함께 일부 연기금 운용역의 일탈 행위도 적발됐다.
A씨는 2021년엔 서울 버스 운수기업 투자와 관련해 운용사에 펀드 관리보수 40%를 상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운용사가 거부하자 수탁 운용사를 교체한 끝에 3억원을 챙겼다. 허위 서류로 금융감독원에 자신의 법인을 운용사로 등록하고 미술품 거래로 부정한 자금 흐름을 위장하는 등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법인 관련자의 진술과, A씨 배우자가 직원으로 등록해 8000만원의 급여를 받아 챙긴 사실 등이 밝혀지며 꼬리가 밟혔다. A씨는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어머니, 배우자, 자녀 명의로 상장·비상장 주식 매수하기도 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과장 B씨는 2021년 친구의 권유로 자신이 담당한 기금 200억원을 해외 전기차 기업에 투자해 83.1%(약 166억원·작년 말 기준)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A씨를 검찰에 수사 요청했고, B씨에 대해서는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에겐 A씨 등의 파면과 기관 주의 요구 조치를 했다.

군인공제회는 2020년 6월께 언론 등을 통해 공우이엔씨가 사업 수익에 비해 무리한 보증을 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공우이앤씨 대표와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사이인 공제회 실장이 문제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군인공제회 이사장에게 주의 요구 처분을 했고 퇴직한 실장은 향후 재취업 시 고려하도록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
대한소방공제회는 당진 석문국가산단 내 허허벌판에 무리하게 임대 목적 상업용 빌딩을 건축해 손해를 입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년 10월에 건물이 준공됐지만 작년 5월 기준 임대율은 10.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주변 상업용지 구역은 이 빌딩 외에 전부 나대지 상태다.
소방공제회는 2011년에 부지를 매입한 후 2017년에 건물을 착공하려 했으나 주변 개발이 지연되며 착공을 연기했다. 2018년 말에도 지구 내 계획된 아파트 가구 수의 14.9%만 입주하는 등 개발이 저조했다. 그런데도 공제회는 2019년 착공을 감행하며 2011년 타당성 분석자료를 그대로 사용해 2021년부터 임대율 90% 이상, 수익률 연 8% 이상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공제회는 법률상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금융감독 기관의 관리·감독권이 미치지 않고, 공제회별 주무부처의 감독에도 전문성 등에 한계로 통제 사각지대의 문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의 경우 감사원이 7개 공제회 자산운용 관련 임직원의 2021~2023년 금융투자상품 거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점검 대상 총 328명 가운데 154명이 총 7만2119회에 걸쳐 주식 등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직원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다섯개 공제회는 금융상품 투자 제한 관련 점검을 아예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공제회와 소방공제회 등은 관련 규정이 아예 없었다. 이 밖에 투자자산 공정가치평가도 엄밀하게 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복수의 공제회가 공동 투자한 똑같은 자산에 대한 장부가치가 제각각인 경우도 많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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