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북동부 대표 주거지인 노원구 집값은 연일 하락하는 추세다. 집값 하락이 장기화하면서 노원구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의 비명도 커지고 있다.
노원구 일대에서는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계주공1단지' 전용 58㎡는 지난 2월 5억5000만원(6층)에 팔렸지만, 이달에는 5억1800만원(12층)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상계주공6단지' 전용 41㎡ 또한 5억1000만원(6층)에서 4억8800만원(4층)으로 주저앉았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들어 서울 집값이 1.66% 오른 데 반해, 노원구를 비롯한 6개 자치구는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하나인 송파구가 5.21% 뛰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면, 노원구는 0.23% 내려 서울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썼다.
노원구 집값이 크게 하락한 주원인으로는 지지부진한 재건축 사업이 꼽힌다. 상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가장 재건축 속도가 빠른 '상계주공5단지'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대 단지 모두 소형 평형 위주이기에 상계주공5단지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모든 가구가 전용 31㎡로, 재건축 후 전용 84㎡를 받으려면 조합원 1인당 5억원대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개업중개사는 "분담금 우려에 투자 수요는 이미 빠져나갔고 신혼부부와 같은 실수요자들도 주택 노후화로 인해 타지역으로 이탈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투자 수요와 실수요가 모두 외면하면서 거래량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591건에 달했던 노원구 아파트 거래량은 전일 기준 4월 397건, 5월 226건으로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수세가 줄어든 탓에 거래량이 극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이 내리고 거래마저 줄면서 집값 상승기 들어온 영끌족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노원구는 2019년 집값 상승기에 1인 가구, 신혼부부 등 대출을 낀 매수자가 대거 몰렸던 지역이다.
집값 상승기 연 2%대 금리로 받았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차츰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6개월)는 연 4.07~5.59%로 형성되어 있다. 금리가 재산정되며 이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상계동의 다른 개업중개사는 "집을 빨리 팔아줄 수 있냐는 집주인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대부분 상승기에 대출을 끼고 집을 샀던 이들"이라며 "구입한 가격에서 수억원을 손해 보며 내놔도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질 않으니 중개인 입장에서도 속이 탄다"고 털어놨다.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고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하면 부동산이 임의경매로 넘어가는 탓이다.
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노원구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중 유효한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건수는 4월까지 916건을 기록했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건수가 급격히 늘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1121건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경우가 금리가 오르며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노원구 영끌족은 지지부진한 재건축에 집값 하락까지 겪고 있다"며 "주택을 매도해 대출을 상환하려 해도 매수자를 구하기 어려워 임의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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