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최근 고원종 DB증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양증권 인수 검토에 착수했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강성부 펀드’로 잘 알려진 KCGI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대주주인 한양학원 계열의 재무 위기 탓이다. 그러나 올 3월 KCGI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시작된 뒤 계약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DB그룹은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최종 불발되는 상황에 대비해 한양학원 측과 교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과거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할 때 DB 측에도 출자를 제안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응하지 않은 DB그룹이 최근 직접 인수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 경영권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양증권은 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알짜 증권사다. 기존 계열 증권사인 DB증권 성장이 장기간 정체된 반면 한양증권은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294억원의 이익을 내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증권업에 대한 DB그룹의 ‘진심’은 지난달 다올투자증권 2대주주 지분 인수 과정에서도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DB손해보험은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지분율 24.8%)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프레스토투자자문 지분(14.34% 중 9.73%)을 인수하기 전 이 회장 측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향후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9.73% 지분만 인수한 것과 관련해서도 치밀한 계산의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김준기 전 회장의 과거 공시 의무 위반 혐의를 의식한 단계적 접근이라는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인 10% 이상 지분을 매입했다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주식을 재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DB손해보험을 통해 매년 2조원대 이익을 내는 DB 측 자금은 충분하다”며 “증권업계 M&A의 큰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박종관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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