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저출생·고령화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돌보는 국가”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 안심되는 평생 복지”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인구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도,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큰 그림 없이 소득공제, 수업료 지원 등 자잘한 세부 사업만 나열했다”고 말했다.
저출생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경쟁과 불합리한 격차가 제때 해결되지 못하고 고착화한 결과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쟁에 지쳐 애 갖기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 분위기를 바꾸려면 과도한 입시 경쟁,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같은 사회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 완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역 균형 발전은 구조 개혁과 경쟁 완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사회 전반에 걸쳐 경쟁이 극심해진 원인이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기 때문이다. 1960년 20.8%인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0년 50.2%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행정체제를 개편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재명, 김문수 후보도 전국을 5대 초광역권으로 통합한다는 흡사한 공약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데 그치지 말고, 초광역권의 기능과 역할을 세부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프랑스의 ‘메트로폴’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독립된 행정구역을 유지한 채 지역경제 개발과 교통 인프라 구축 등 개별 지자체가 하기 힘든 정책을 인근 도시와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수도권 집중이 심한 프랑스는 일찍부터 지역 균형발전에 힘을 쏟았다.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도 프랑스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공공기관 이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방 행정구역을 재편함으로써 지역 격차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교수는 “대도시와 주변 지역을 유기적으로 묶어 도심 재생과 주변 지역 편의성 확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충북 충남 대전을 잇는 초광역권을 만들고, 그 안에 대도시권(메가시티)을 발전시키면 독립된 경제생활권을 구축해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일 국립한국교통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연방제 수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의 광역시와 도를 6개 권역으로 통합하고, 중앙정부가 외교, 국방, 통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을 초광역권역에 이양하는 방안이다. 권 교수는 “국회를 인구에 비례해 의석수를 배정하는 하원과 인구 규모와 관계없이 광역 지자체마다 같은 수의 의석을 배분하는 상원의 양원제로 바꾸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제언에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순)
권일 한국교통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박진경 더불어민주당 인구미래위원회 행복분과장,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정지영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 양성평등가족본부 단장,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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