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HD현대가 선택한 돌파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친환경 선박 기술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조선업 중심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로 한 것. 조선업에 밀려 ‘뒷방 노인네’ 신세였던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을 분사해 인력과 투자를 늘렸고, 중장비업체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새 식구로 맞이했다. 이렇게 태어난 비(非)조선 계열사들은 올해 1조7000억원(증권사 추정치)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우량 기업이 됐다.
HD현대그룹의 쾌속 항해에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해 5월 28일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어선 지 딱 1년 만인 28일 장중 한때 100조원을 넘겼다. 그룹 내 상장사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시총 기준 재계 순위는 3년 전 9위에서 5위로 올랐다.10개 계열사 중 시총 1위는 ‘맏형’인 HD현대중공업(35조2873억원)이다. 이날 주가는 3.52% 하락했지만 올 들어 38.3%(11만원) 올랐다. 조선 3사(HD현대중공업·미포·삼호)의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20조4888억원)이 뒤를 잇는다.
HD현대그룹이 잘나가는 것은 불황기 때 준비한 친환경 선박 수요가 확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수소 등을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을 잇달아 발주하고 있다. 여기에 20~25년 주기의 선박 교체 시기가 맞물렸다. HD현대중공업은 중국보다 7년 빠르게 LNG 선박 양산에 성공하는 등 친환경 선박에선 여전히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은 대폭 좋아졌다. 17만4000㎥짜리 LNG 운반선 건조 가격은 이달 2억5500만달러(약 3570억원)로, 2020년 12월 1억8600만달러보다 37.1% 올랐다. 이 덕분에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액은 3조5702억원으로 뛰었다. 증권가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0년(5조8774억원) 기록을 2027년께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HD현대일렉트릭이 대표적이다. 변압기를 제조하는 이 회사 시총은 13조6799억원으로, 2년 전보다 687.6% 늘었다. 인공지능(AI) 붐 덕분에 전력기기를 찾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20~30년 전 설치한 제품의 교체 수요가 더해진 결과다. 2017년 분사 후 공장 증설과 기술 개발에 전념한 덕분에 기회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엔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를 주도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선박유지보수업, 벙커링(급유) 사업에서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2017년 2403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2조978억원(증권사 컨센서스 기준)으로 10배가량 불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362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예상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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