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이 흔들릴 때, 바로 영어 필사
박세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
성인 ADHD 환자가 10년 사이에 무려 20배나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ADHD 환자는 전체 인구의 4% 정도를 차지하고, 그보다 더 어릴 때부터 ADHD를 겪은 소아 환자 2명 중 1명은 성인이 되어도 그대로 ADHD의 증세를 지닌 채 살아간다. 유전적 요인이 강해 어린 시절 증세가 나타남에도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하거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뒤늦게 병원을 찾는 이들도 많은 편이다.
방송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통해 어릴 때부터 겪었던 자신의 ADHD 증상과 학창 시절의 왕따 경험 등 아픔을 고백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26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인기 영어 교육 전문가인 세진쌤. 밝고 명랑한 모습만 보여 왔던 그가 아프고 힘들었던 경험을 이겨낸 에세이와 함께, 주저앉고 싶던 순간 자신에게 큰 울림을 준 영어 문장들을 모은 영어 필사책을 펴냈다.
저자는 학창 시절 힘든 순간마다 영어가 또 다른 도피처이자 한 가닥 희망이 되었듯이 영어 공부와 인생에는 공통점이 매우 많다고 말한다. 인생도 영어 공부도 좌절과 실패의 과정이 있듯이 누구나 한번쯤 겪는 고비의 순간마다 힘을 얻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동기부여 메시지를 전한다.
책에는 아픈 경험을 딛고 성장한 그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똑 부러지는 말투와 당찬 모습 덕분에 종종 잘나가는 유학파로 오해를 받곤 하지만 실상은 ADHD에 불안장애, 학습장애까지 갖고 있어서 학창 시절 혼란스럽고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것도 성인이 된 이후였다. 그렇게 루저로 취급받던 자신이 어떻게 영어를 좋아하게 됐고, 그것을 돌파구 삼아 어떻게 영어 강사로 이름을 알리고 성공할 수 있었는지, 바닥이라고 느꼈던 순간 어떻게 이겨냈고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갔는지 방송을 통해 미처 다하지 못했던 말을 가감 없이 담았다.
저자는 “이 글을 쓰기까지 참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은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말들이라고 확신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막막한 순간마다 다급함과 절실함 속에서 내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방법은 곁에 두고 즐겨 봤던 책과 힘들 때마다 그 문구를 노트에 반복해서 쓰는 일이었다. 1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욱더 노트와 펜을 의지하고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힘들 때마다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던 책, 그리고 특히나 인생에서 큰 의지와 방법이 되어주었던 고전 속 명문장들을 필사할 수 있게 뽑았다.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따라 쓰면서 영어 공부는 물론 마인드까지 성장할 수 있게 먼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지·地), 나에게 오는 기회를 깨닫고(천·天), 행동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인·人) 구성했다. 동양 철학 문장들은 한자 원문을 담되 같은 뜻을 지닌 쉬운 영어 문장으로 풀어내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필사 후에는 필기체로도 한번 더 따라 쓰면서 마음에 깊이 새길 수 있다.
누구나 변화를 꿈꾼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칠 때, 삶이 불안하고 흔들릴 때 너무 거창한 목표보다는 아주 사소한 행위 하나가 필요하다. 이럴 때 필사야말로 변화의 시작이자 힘을 얻는 또 다른 형태의 작은 독서가 된다. 필사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수확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장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는 것은 물론 그 뜻을 무의식에 체화할 수 있고, 힘든 순간 진짜 나 자신을 만나고 깨달음을 얻는 나만의 기록 노트를 만들 수 있다. ADHD로 인해 산만하고 주의력 결핍 상태를 반복하며 사는 동안 3일마다 한 번씩 ‘작심삼일’을 리셋하는 방법으로 영어 공부도 필사도 습관으로 만들었다는 세진쌤. 작심삼일이어도 좋다. 영어 문장을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작게라도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내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독려한다.
글=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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