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기준금리를 또 인하한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너무 빨리 식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올 들어서 성장률 전망을 1.1%포인트 끌어내렸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나 볼 수 있는 이례적인 조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도 향후 금리 인하가 초래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 ‘부동산 버블’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이날 금리 인하 결정이 다소 매파적(통화긴축적)으로 평가된 이유다.그는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경기 부양보다 주택 등 자산 가격으로 유동성이 흐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코로나19 때 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제 위기 상황과 달리 지금은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상황을 예로 들면서 “당시는 부도가 속출하며 금융경색 현상이 일어나 돈이 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금리 인하가 불러올 수 있는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한은이 경기 부진에 더 과감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한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는 발언과 온도차가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들어설 새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대규모 건설 경기 부양에 나서면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본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성장률을 가장 크게 끌어내린 요인으로 건설경기 불황을 지목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기존 -2.8%에서 -6.1%로 3.3%포인트 하향됐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0.8%포인트), 민간소비(0.3%포인트) 증가율 둔화 폭과 비교해도 정도가 심하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0.7%포인트) 중 건설경기가 0.4%포인트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이 총재는 “특히 건설경기 중 주택경기, 주택경기 중에서는 지방주택이 굉장히 많이 공급된 후 지금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나빠진 것”이라며 “(바닥을 치는)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인위적으로 부양하지 않아도 하반기 이후 건설 경기가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시장은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을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예상되는 확장재정과 건설 경기 부양 등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활동 반경이 제약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내려갈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19 때처럼 기준금리가 연 1%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당분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이상 인하될 수 있다는 심리가 시장에 있었는데, 그런 기대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하락세를 보이던 국고채 금리는 이 총재 기자간담회 직후 일제히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27%포인트, 10년 만기 국고채는 0.054%포인트 올랐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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