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인재와 넘쳐나는 자금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로봇 같은 첨단산업의 주인공이 되는 동안 한국 기업은 이렇다 할 신사업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한 영향이다. ‘국부 원천’인 우리 기업의 ‘혁신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성장 엔진이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1.4%로 한국 10대 상장사(13.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두 나라 간판 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2014년 10.5%포인트(미국 22.9%·한국 12.4%), 2024년 18%포인트로 시간이 갈수록 벌어졌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률 격차가 확대된 원인으로 AI,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바이오 등 미래산업 경쟁력을 지목한다. 미국 빅테크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발판 삼아 수익성 높은 첨단산업 패권을 쥐는 데 목돈을 투입하는 사이 주머니가 홀쭉해진 한국 기업은 신성장동력 발굴보다 기존 사업 고도화에 매달린 결과라는 얘기다. 게다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한국이 잘하는 산업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만큼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새로운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탄생한 전 세계 43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셀 수 없이 많은 반기업 규제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26%) 등이 우리 기업들의 ‘혁신 동력’을 멈춰 세운 셈”이라며 “새 정부가 ‘기업 주도 성장’ 전략을 펼치지 않으면 한국이 다시 뛰어오를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박한신/고은이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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