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종전 협정 체결을 미루기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끊을 가능성이 있다. 당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면 휴전 협정에 서명하겠는가. 안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도 이런 상황 때문에 성공적인 협상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이지 않다. 그저 한 편의 TV 프로그램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트럼프의 ‘사전 답사 요원’이다. 다음의 TV 에피소드를 위한 무대를 찾는다. 해외 지도자가 백악관을 방문해 벌어지는 코미디 쇼의 한 장면처럼 미국과 다른 국가의 관계는 우스꽝스럽게 바뀌었다. 가장 최근에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그랬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원하는 쇼가 연출되지 못하면 정책 결정권을 전문가에게 넘겼다.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다. 6개월이나 1년 후 새로운 TV 쇼의 에피소드가 나올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여전히 무대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푸틴이 어리석은 전쟁에 정치적 운명을 걸었지만 이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병사들이 과거의 손실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 매몰 비용 오류’(이미 투자한 비용 때문에 비합리적 선택을 계속하는 것)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곤란한 건 우크라이나나 지금까지 여기에 1800억달러를 지출한 미국이 아니다. 푸틴은 침공 3일째부터 확연히 패배로 보이는 전쟁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푸틴은 전쟁 지속 비용과 위험이 너무 커지면 멈출 것이다. 러시아 역사에서 제국의 영토를 잃어버리면 약한 지도자가 된다. 그러나 푸틴은 우크라이나보다 자신의 생존을 선택할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푸틴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싸우는 비용을 높이기만 하면 된다.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 문제에 자신의 체면이 걸려 있다는 걸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다. 미국 역시 이를 알고 있다. 진짜 위기는 중국의 오판이나 편집증에서 시작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거나 굴욕 주기 위해 대만의 ‘독립’을 이용한다는 착각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자신도 체면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다. 전략적 사고가 전혀 없는 대통령이지만 세계적인 재앙을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큰 무대에서는 평화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원제 ‘Trump’s Emcee Act Fails in 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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