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투자자가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2차전지, 자동차 등 낙폭 과대 대형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조원이 훌쩍 넘는 순매도세를 유지하면서도 시가총액 상위주는 저가 매수했다는 얘기다. 조선, 방산, 원전 등 주도주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동학개미’들의 이런 베팅이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조선·방산 등 현 주도주를 팔고 삼성전자와 2차전지, 자동차, 인터넷 등 주가 하락폭이 큰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사들였다.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삼성전자(8027억원), 2위는 LG에너지솔루션(3336억원)이었다. 두 종목의 이달 주가 등락률은 각각 1.3%, -11.9%다.
3위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한 달간 주가가 5.2% 하락한 SK텔레콤(2894억원)이었다. 4위 역시 관세 우려로 주가가 우하향하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7배 수준까지 내려온 현대자동차였다. 5위와 6위는 네이버(1984억원)와 LG화학(1630억원)이 차지했고, 삼성SDI가 7위였다. 네이버, LG화학, 삼성SDI 주가는 1개월간 각각 6.5%, 8.7%, 4% 하락했다.
반면 개인들은 인공지능(AI), 조선, 방산, 원전, 전력기기 등 주도주를 되레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1조6630억원), 두산에너빌리티(-3887억원), 한국전력(-3716억원), 삼성중공업(-3280억원), 효성중공업(-2896억원)이 나란히 순매도 1~5위 종목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 KB금융 현대로템 HD한국조선해양 등 최근 상승폭이 컸던 금융과 방산, 조선주들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개인들의 ‘역베팅’이 성공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기존 주도주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조선, 방산, 기계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다. 과거 중국 소비주(2014~2015년), 인터넷(2020~2021년), 배터리(2022~2023년) 등 주도주의 당시 PER 고점이던 30배에 미치지 못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세에 따른 사이클 업종들의 불확실성이 끝나지 않은 반면 기존 주도주의 이익 증가세가 고점을 쳤다는 신호는 없다”며 “당분간 현 주도주 비중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2차전지, 인터넷 업종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 2차전지는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력, 인터넷은 AI 시대 적응력 등이 주가 상승 반전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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