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설난영 씨를 두고 ‘제정신이 아니다’고 언급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전 이사장은 논란이 커지자 “표현이 거칠었던 건 잘못”이라고 했다.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9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설씨는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이었고, 김 후보는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서 ‘찐노동자’하고 혼인한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이다 보니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씨가 생각하기에 김 후보는 자신과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며 “그런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 ‘내가 좀 더 고양됐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선 자기 남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성혐오’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동반자적 신뢰와 연대 가치를 모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유시민 개인의 왜곡된 여성관과 계급적 사고를 드러낸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엘리트주의”라고 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SNS에 설씨에 관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노조 회의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독립적이고, 소박하고, 강단 있는 모습이 참 멋졌다”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설난영이 김문수고, 김문수가 설난영”이라며 “인생에서 갈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고 갈 수 없는 자리가 따로 있지 않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여성이나 노동자를 비하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표현에 대해 “(설씨가) 합목적적·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유 전 이사장 발언과 관련해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강훈식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민주 진보 스피커가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강진규/박주연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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