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9일(현지시간)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1심인 연방국제통상법원의 판결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전날 1심법원 판결이 나오자 즉각 항소하며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1심 판결의 효력을 즉각 정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의 효력은 최소 6월 9일까지 정지된다. 이날은 항소법원이 소송을 제기한 미국 중소기업 5곳 등 원고 측과 피고 측인 미 행정부의 의견서를 받는 마감 시한이다. 항소법원은 이후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1심 판결 효력을 중단할지 다시 판단할 예정이다. 즉 최소 6월 9일까지는 상호관세가 유지되며 그 이후에도 유지할지는 항소법원이 결정한다. 한국 등 세계 각국 입장에선 불확실성만 커진 것이다.
백악관은 항소법원이 관세 효력을 되살리지 않을 경우 국가 안보와 경제에 초래될 수 있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막기 위해 즉각 대법원에 긴급구제 신청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소송을 곧바로 대법원으로 끌고 가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1심 판결은 너무 정치적”이라며 “대법원이 끔찍하고 국가를 위협하는 결정을 단호하게 뒤집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의회 권한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1심) 판결은 관세에 대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수백 명의 정치인이 워싱턴DC에 모여 수주, 수개월 동안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는 다른 나라에 어떤 것을 부과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법이 사법부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다른 법률을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 내에서 검토되는 방안 중 하나는 1974년 무역법 122조와 301조를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122조는 대통령이 무역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150일 동안 최고 15%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날 1심법원은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법취지에 맞지 않다며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권한과 제약이 이 122조에 이미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122조의 ‘150일’ 제한은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장기적 관세 부과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에 불공정 무역을 계속하는 국가에 보복관세와 수입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한 301조를 병용해 비상경제권한법과 비슷한 효과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301조를 이용해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 밖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품목별 관세를 허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이 조항을 이용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고문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플랜B’에 대해 “그것은 경제팀이 고려하는 아이디어 같은 것”이라고 했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등도 대안으로 언급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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