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식품기업들의 올해 1분기 과자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실적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일본 제품 베끼기 의혹에 시달리던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탄탄한 K푸드테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1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올 1분기 과자 수출액은 1억2209만달러(약 1690억원)에 달했다. 전일본과자협회가 발표한 1분기 일본 과자 수출액 92억5900만엔(약 890억원)보다 1.9배가량 많다. 한국의 과자 수출은 지난 4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8.8% 늘어난 5123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수출 기록 경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업계에서는 K과자의 성과를 기술력에서 찾는다. 첨단 기술로 미세하지만 확실한 맛의 우위를 지켜가면서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로 꼽으며 세계적 인기를 불러온 바나나킥은 농심이 1978년 자체 개발한 후 끊임없이 발전해온 기술의 집약체다.
바나나킥은 옥수수가루를 고온·고압으로 성형 틀을 통과시켜 뻥튀기처럼 부풀리는 기술을 사용한다. 적절한 형태를 만들려면 열과 수분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은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 5830억원을 기록한 오리온 초코파이도 마찬가지다. 초코파이는 제과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제품이다. 초콜릿과 비스킷, 캔디(마시멜로)가 한꺼번에 쓰이기 때문이다. 초코파이가 과자계의 종합예술로 불리는 이유다. 초코파이 생산의 핵심은 수분을 머금은 마시멜로를 두 개의 비스킷 사이에 끼우는 것이다. 먹을 때는 빵처럼 느껴지지만 비스킷은 제조 당시 단단한 상태다. 건조한 비스킷이 마시멜로의 수분을 빨아들이며 부드러워진다. 초콜릿 코팅은 빵 안의 수분 비율을 정확히 13%로 유지해주면서 미생물을 억제한다. 초코파이를 영하 40도~영상 40도에서도 6개월간 방부제 없이 유통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700억원 넘게 수출한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도 나라별 환경에 맞는 제품 생산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인 사례다. 더운 국가에는 열성이 강한 초콜릿 사용 기술을 이용해 고온에서도 녹지 않아 유통이 가능하다.
최근 미국 MZ세대에서 인기몰이 중인 오리온 꼬북칩은 국내 최초로 네 겹 공정을 적용한 ‘특허과자’다. 2017년 개발한 꼬북칩은 연구개발에만 8년간 100억원을 쏟아부었다. 2000번 넘는 테스트를 거친 프로젝트로 세계 어떤 과자 회사도 내놓지 못한 독특한 식감을 구현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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