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 안전 투자와 반복적인 훈련의 중요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지하철 화재 사고에 비추어 대규모 예산을 들여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전동차 내부 소재를 교체한 바 있다. 동시에 화재 발생 대비 훈련과 시민 대응요령 안내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협조 속에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2002∼2006년 총 2400억원을 들여 내장판, 의자 등 실내설비를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한 불연재·난연재로 교체했다. 기존에 강화플라스틱이었던 내장재는 알루미늄으로, 폴리우레탄이던 객실의자는 스테인리스강(STS)으로, 염화비닐이던 바닥재는 합성고무로 바뀌었다. 이에 더해 2017년 이후 제작·도입되는 신조 전동차는 폴리카보네이트(PC), 천연·합성고무 배합 등 화재에 더 안전한 소재가 적용됐다.
이 같은 대규모 안전 투자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에 열차 내부의 화재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온 덕에 이뤄졌다. 2005년 1월 7호선에서 발생한 지하철 방화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철산역에서 온수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열차 내에서 50대 남성 승객이 오전 7시에 불을 질렀다. 인명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연재로 된 신형 전동차가 아닌 구형 전동차였던 탓에 초기 진화에도 불씨가 남았다. 2개 역 구간을 이동하는 10여분간 불씨가 다시 살아나면서 차량 3량이 전소했다. 내장재 교체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된 계기다.
현재 서울 지하철 신조 전동차의 경우 열차 칸마다 4대의 CCTV가 있으며, 기관사가 이를 기관실 화면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이상 상황 발견 시 관제센터에 연락을 취하게 돼 있다. 동시에 열차 내 열연감지기가 동작해 기관사에게 경고음을 울려 관제센터와 연락하게 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공사 관계자는 "열차에 설치된 모든 CCTV 화면을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하려면 전용 무선통신망과 서버 등 인프라가 필요한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실효성 측면에서 일단은 현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 당시 객실 내 CCTV 영상이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지 않았던 문제점은 개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사는 최근 이번 사건과 비슷한 화재 상황을 가정해 승무원 훈련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29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승무본부 주관으로 화재 발생과 역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해 대응 훈련이 이뤄졌다. 공사는 이런 형태의 재난대비 훈련을 승무사업소별로 매 분기 1회 이상 실시하며, 응급조치 훈련도 호선별로 연 1회 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번 5호선 방화 사건에서 승객들이 침착하게 초기 대응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반복적인 대응법 안내가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불이 난 5호선 열차는 전날 지하철 운행 종료 후 고덕차량기지로 옮겨졌다. 당시 초기 대응한 기관사는 병원 치료 후 귀가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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