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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인도 수급인의 근로자 작업계획서 작성해야 하나요?

입력 2025-06-03 15:46  



도급인이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수급인과 동일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경우, 도급인과 수급인은 똑같은 의무를 중복적으로 이행하게 되어 도급인이 불필요하게 안전비용을 부담하면서 무용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수급인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도급인도 같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할지 등이다.

종전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15588호)은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①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②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또는 ③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이고, ④ 도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부과하였다(동법 제29조).

이에 대해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이 있어 왔고, 2020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17187호)에서 종전법의 위와 같은 요건을 삭제하면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과하여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였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는 ‘도급인의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지방법원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에서 정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도급사업주의 별다른 조치 없이도 관계수급인과 그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단순한 안전조치를 의무하는 것이고, 위 단서 조항의 추가가 도급사업주가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의 범위를 축소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청주지방법원 2023고단1461, 2024노1303).

반면에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 등을 부담하는 주체는 원청업체가 아니라 하수급인이라고 판단하면서 그 논거로 ① 원청업체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도급인과 관계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 작업 혼재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수급인의 작업시기·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확인할 의무는 있으나, 이는 ‘특정한 상황에 한하여’ 관계수급인의 작업내용 등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도급인에게 관계수급인이 담당하는 개별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을 ‘항상’ 수립할 의무를 부과하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고, ②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에서 제외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와 관련하여 작업 순서, 작업방법에 대한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작업자에게 교육하는 행위는 오히려 위 조항 단서에서 규정한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1고단3504 판결).

또한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는 ‘수급인의 근로자인 작업반장, 피해자가 작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관리감독자에 해당하는 작업반장으로 하여금 안전한 작업방법을 결정하고 작업을 지휘하는 일을 수행하도록 하여야 하는 의무자인 사업주는 수급인이고, 도급인은 그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3고단1699 판결).

위 각 판결들의 취지를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는 수급인과 동일하게 해석하면서, 다만 도급인의 의무에서 제외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직접적인 작업지시를 할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작업순서, 작업방법, 작업지휘 등 작업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보건 조치의무는 수급인이 부담하되, 도급인은 이와 같은 작업이 안전하게 매뉴얼이나 내부 규정 등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확인,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와 달리 도급인과 수급인이 동일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경우에는 같은 내용의 의무를 중복하여 이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추가로 도급인의 고의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도급인도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도급인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3고단1699 판결).

이러한 판결에 대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사업주에게 요구되는 고의를 수급인의 근로자에게 직접 작업을 지시하지 않는 도급인에게 요구할 경우 도급인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고, 실제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방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를 고의범으로 해석하는 이상 도급인의 고의 여부는 범죄성립 여부 판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도급인과 수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의무의 범위와 도급인에게도 같은 정도의 고의를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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