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롯손보의 킥스 비율이 급락한 것은 제도 영향 때문이다. 2020년 1월 영업을 시작한 캐롯손보는 작년까지 킥스 비율을 산출할 때 혜택을 받았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위험액 조정위험계수’를 산출할 때 최근 3년간 평균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을 쓴다. 보험위험액은 킥스 비율 계산 시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의 핵심 항목이다. 보험위험액이 커질수록 킥스 비율이 낮아지는 식이다.
반면 캐롯손보는 작년까지 합산비율 대신 금융당국이 정한 ‘기본위험계수’를 썼다. 보험사가 영업을 개시한 뒤 5년 이내엔 기본위험계수를 적용할 수 있어서다.
캐롯손보의 합산비율은 2021년 197.9%에서 작년 124.2%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100%)을 달성하지 못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의 경우 사업 초기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반면 매출 규모는 작아 합산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캐롯손보는 금감원에 “신생 디지털 보험사라는 특성을 감안해달라”며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합산비율 적용 시기를 ‘영업 개시 후 10년’으로 늘리거나, 5년 경과 후 합산비율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업계와 함께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현 제도하에선 디지털 보험사가 더 이상 등장하거나 존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롯손보는 2020년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출시하며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끝내 킥스 규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피합병 수순을 밟게 됐다.
또 다른 디지털 손보사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2023년과 작년 합산비율이 각각 733%, 214%로 매우 높다. 카카오페이손보도 2027년 말부터 기본위험계수 대신 합산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서형교/박종관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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