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전국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치권 폐현수막으로 인해 이를 처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선거철마다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은 곳이 거의 없어 이번 대선 때도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발생할 전망이다.
4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의 한 사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앞 전봇대와 신호등마다 선거 현수막이 서너개 씩 붙어 있었다. 구청 직원 두세명이 현수막을 동여맨 노끈을 풀고 트럭에 담는 '현수막 수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다음날인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선 전국에 설치한 정치권 현수막을 처리하는데 분주히 움직였다.
선거 현수막 수거 및 폐기 책임은 각 지역 시·군·구에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선거일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수거 작업에 들어간다"며 "상당수 공무원이 달라붙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수거된 현수막 대부분이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등 폐기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2대 총선 당시 전국에서 1235톤의 폐현수막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약 30%만 재활용됐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쳤을 때는 폐현수막이 2668톤 발생했지만 재활용률은 25%에 불과했다. 현수막 한 장(가로 3m·세로 3.3m)을 소각하면 약 4㎏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각 지자체가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여러 사업을 방침으로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지자체들은 친환경 소재나 재활용이 가능한 현수막을 사용하라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옥외광고물처리업체 관계자는 “현수막은 사실상 재활용이 어렵다”며 “수거한 현수막 중 상당수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들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부산 동구청은 “수거한 현수막을 필요한 곳에 무상 제공하거나 그대로 폐기한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도 “별도 재활용 절차 없이 대형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매 선거때 마다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선거 현수막에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도입해, 제작 업체가 직접 수거·재활용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선거 홍보 수단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