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최종 득표율은 49.42%였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열린 조기 대선임에도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김 후보는 41.15%를 얻어 40%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이 대통령과의 득표율 차이는 8.27%포인트였다. 전날 오후 8시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이 51.7%, 김 후보가 39.3%로 12.4%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한 자릿수 득표율 차로 마무리됐다. 개표 진행 도중 두 후보의 득표율이 5%포인트 차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진영의 막판 결집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마지막 TV 토론에서 ‘젓가락 논란’과 같은 설화를 일으켜 두 자릿수 득표율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김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선거 막판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한 보수층이 결국 김 후보에게 몰렸을 것”이라며 “보수층의 역결집으로 이 대통령이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거여를 앞세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득표율 합(50.4%)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 합계(50.2%)에서 불과 0.2%포인트 늘어났다”며 “막판에 보수층이 결집하고, 중도층에서도 180석의 여당을 거느린 이재명 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 심리가 작동하면서 범진보가 확장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과 김 후보 간 득표율 차가 크게 나지 않은 만큼 이재명 정부는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게 됐다. 엄 소장은 “이 대통령에게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게 아니라 야당과 협치할 것을 요구하는 민심이 선거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최악’은 막았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비상계엄 사태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정권 심판론’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강제 후보 교체 사태 등으로 후보 확정이 늦어져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선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도 열세를 예측한 주된 이유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받기는 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50%가 넘는 국민은 이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소수 야당으로 의석수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견제할 최소한의 명분은 생겼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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