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3일 오후 6시(현지시간·한국시간 4일 오전 7시)께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한 한국경제신문의 질의에 이메일로 “한·미 동맹은 철통같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졌지만,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에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백악관 당국자 명의이며 다른 언론에도 똑같이 배포됐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보다 5시간 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선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코멘트가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지고 온 서류철을 수초간 뒤적이다가 “분명 여기 어디 있는데…”라며 답변을 찾다가 “우리는 (한국 대선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곧 입장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대변인 명의 공식 성명은 현지시간 4일 새벽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백악관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한국 대통령에 대해 이런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조 바이든 정부와 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철통같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한국의 리더십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이날 백악관 메시지에 비춰볼 때 백악관에 이 대통령이나 집권 더불어민주당에 우려의 시각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선거 직후 SNS에 “한국은 고이 잠드소서”라며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차지하고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끔찍하다”고 적기도 했다.
백악관은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론에는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이번 대선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선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백악관의 이번 논평은 내정간섭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중국이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동맹이자 백악관 표현대로 ‘공정한’ 선거를 치른 한국 대통령에 대해 이 같은 메시지를 낸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친일 본색을 드러냈으며, (일본) 자위대 군홧발이 한반도를 더럽힐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대선 직전엔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차장이 지난달 ‘책사’ 자격으로 워싱턴DC를 찾아 이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 강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는 피터 느구엔 대변인 명의로 “대한민국 방어와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는 논평을 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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