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를 빨리 확보하기 위해 정가보다 1.7~2배 웃돈을 얹어주는 ‘긴급 콜’도 수시로 낸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4세대 HBM(HBM3) 등 첨단 반도체 개발에 들어가면서 최첨단 장비 주문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최첨단 기술력과 고급 인력, 충분한 자본을 모두 갖춰야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력이 각각 9년밖에 안 된 두 회사가 이런 산업에서 단숨에 세계 4~6위권이 된 것이다.두 회사의 확장 전략은 비슷하다. 범용 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한 다음 첨단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최신 규격 범용 D램인 DDR5다. CXMT는 올초 DDR5 16기가비트(Gb) 제품을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3세대(1z) 기술로 양산했다. DDR5는 최근 인공지능(AI)폰, PC, 중급 성능의 서버 등에 장착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산에 들어간 시점이 2021년 말인 만큼 기술 격차는 3년 수준으로 좁혀졌다.
CXMT는 AI 서버용 메모리인 HBM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최근 3세대 HBM인 HBM2E 양산에 성공, 화웨이의 AI 가속기용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4세대 HBM인 HBM3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CXMT가 HBM3 양산에 성공하면 기술 격차는 2~3년으로 다시 한번 좁혀진다.
YMTC는 차세대 낸드 기술과 관련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2030년께 본격 생산할 예정인 하이브리드 본딩 낸드는 YMTC의 특허를 한국 기업들이 사다 써야 할 정도다. BV낸드로도 불리는 이 제품은 저장 공간인 셀을 먼저 쌓고 다른 웨이퍼에서 생산한 페리(컨트롤 담당 부품)를 붙여 안정성을 높인 제품이다. 지금은 페리 위에 셀을 쌓는다.
CXMT, YMTC 등이 한국 반도체 장비에 군침을 흘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의 90%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이거나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기업이어서다. 이들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감시’가 덜한 한국 제품을 제3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들이는 게 중국 업체로선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한국 업체들은 원자층증착(ALD), D램 패키징 등 특화 공정용 장비에 대해선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중국이 빠른 속도로 메모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기술·인력 빼가기를 꼽는다.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력은 물론 HBM 등 첨단 메모리 기술 탈취를 시도하다가 국가정보원에 걸린 사례는 일일이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루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이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이 반도체 기술 스파이 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업계에선 중국이 네덜란드 ASML이 개발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 빼가기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10~11㎚대 최첨단 D램 생산에도 필수 장비로 꼽힌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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