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이 30m 높이의 철탑(사진)을 83일째 점거하고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경찰은 방관만 하고 있다. 경찰은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노조와의 충돌 및 사고 우려 때문에 법 집행을 미루고 있다.5일 경찰에 따르면 중구 장교동 청계천 인근 한화빌딩 앞에서 전국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지회장 김모씨가 CCTV 철탑 위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남대문경찰서에 입건됐다. 법원은 지난달 21일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한화오션에 불만을 품고 고공 농성에 나섰다. 한화오션 협력사와의 임단협 타결, 한화오션이 해당 지회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 15일 철탑에 올랐다.
가장 큰 문제는 김씨가 농성 중인 장소가 성인 두 명이 겨우 서 있을 정도로 매우 비좁아 추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농성 장소는 CCTV를 보수하기 위해 작업자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도록 일종의 발판 형태로 설계된 공간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여러 차례 철수하라고 권유했으나 거부당했다.
노조 측은 이 밖에 실제 집회는 열지 않고 온종일 현수막 30여 개를 내거는 방식으로 ‘꼼수 집회’도 병행하고 있다. 한화 본사 앞 보행로를 현수막이 뒤덮고 불법 천막까지 설치돼 있어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직장인 윤모씨(30)는 “청계천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 관광지”라며 “보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노조가 명분 없는 ‘민폐 집회’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 협력사는 130곳, 1만8000명인 데 비해 A씨의 노조 지회에는 19곳, 100명만 소속돼 있다. 무엇보다 철탑을 점거한 김씨는 협력사 직원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할 구청과 경찰은 손을 놓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경찰은 영장 발부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집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구청 측은 “경찰이 처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사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대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김영리/김다빈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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