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민사3부(재판장 정재규)는 신문용지 제조·가공업체 A사의 전·현직 근로자인 B씨 등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개인연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회사 측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A사는 1994년 개인연금 지원 규정을 신설했다. 재직 중인 정규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가 8%를 부담하고, 급여에서 근로자 개인 부담분 3%를 공제하는 방식이다. A사는 ‘정년퇴직까지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명시했고, 당시 정년은 55세였다.
A사가 2013년 정년을 58세로, 2015년엔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60세로 연장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A사는 B씨 등이 55세가 된 이후부터는 연금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았는데, 단체협약이나 관련 규정에는 지급 연령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B씨 등은 2022년 “늘어난 정년까지 지원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각각 1000만원 안팎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연금 지원 기간이 정년과 연동되지 않는다고 했다. 허윤범 전주지법 민사2단독 판사는 “A사는 개인연금 지원제도를 시작할 당시 지원 기간을 55세로 정한 것”이라며 “단체협약 등으로 지원 기간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지원 기간은 최초 도입 당시 그대로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은 기업과 근로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근로조건의 중대한 변경”이라며 “정년이 늘어난 시점부터 연금 지원도 제도 취지에 맞게 수정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봤다. 법원은 “55세 이후 근로조건이나 업무 내용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복지 혜택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근로자들은 정년 연장에 따라 60세까지 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년 연장이 본격화되면 복지제도 역시 함께 정비해야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겪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1심은 규정을 엄밀하게 따졌지만, 2심은 복지제도가 계속되면 기대권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정년 연장 시에는 급여체계 전반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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