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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장르' 음악 맛보는 도심 속 파라다이스…'서울재즈페스티벌 2025' [리뷰]

입력 2025-06-07 14:41   수정 2025-06-07 14:42


지난 주말 최고기온이 29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서울 올림픽공원은 음악을 즐기러 온 이들의 웃음과 활기로 가득했다. 연신 흘러나오는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에 몸을 맡기고, 서로에게 기대어 사랑과 행복을 확인하는 관객들.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가 17년째 전파하고 있는 음악의 힘을 재차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가 지난달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총 3일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번 역시 88잔디마당은 물론 KSPO DOME과 SK핸드볼경기장, 88호수수변무대까지 아우르며 대규모로 펼쳐졌다.

주최사인 프라이빗 커브에 따르면 3일간 동원된 관객은 약 4만6000명이었다. 외국인 비율은 전체 관객의 20% 정도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의 열기를 느끼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해 외국인 비중은 일별 10% 수준이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재즈는 물론 밴드·힙합·팝·K팝까지 폭넓은 장르로 라인업을 꾸몄다. 몇 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장르 확장을 도모하면서 '재즈 없는 재즈페스티벌'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지만,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장소별로 일정 수준 장르를 구분해 관객들이 니즈에 따라 혼선 없이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재즈 선율의 맛이 한층 배가되는 야외무대인 88잔디마당과 88호수수변무대에 주로 재즈 아티스트들이 올랐고, 실내 대형 공연장인 KSPO DOME과 SK핸드볼경기장에는 밴드·K팝·발라드·힙합 가수 등이 배치됐다.


밴조·하프·드럼으로 구성돼 한층 독특하고 신선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벨라 플렉·에드마 카스타네다·안토니아 산체스 트리오의 연주는 넓은 88잔디마당을 풍요롭게 채웠다. 화려한 하프 연주에 마음을 빼앗길 찰나 정교한 밴조, 유연한 드럼 사운드가 파고들어 최고의 청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산체스는 관객들의 응원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고, "내 생각에 한국 서울 관객들이 전 세계에서 최고의 관객들이다"라고 말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노르웨이 출신의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마주 선 채로 기타 조율을 할 때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무대 위 두 사람을 올려다봤다. 이내 미지근한 바람에 흩날리는 꽃씨와 함께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귓가를 감쌌다. 어느새 관객들도 살랑살랑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이었다. 음악으로 그려낸 작품인 셈이다. 2016년 이후 9년 만에 다시금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찾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는 "그때 왔던 분들 있느냐"면서 "웰컴 백"이라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야외무대인 88호수수변무대에서는 바버렛츠 출신 안신애가 반짝이는 실버 드레스를 입고 특유의 소울풀한 보컬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바버렛츠로 독보적인 복고풍 사운드를 선보여왔던 그는 재즈와도 상당히 밀접한 결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다. 이날 안신애는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진득하게 듣는 이들을 끌어당겼지만, 노래하던 도중 관객들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넘기고 맨바닥에 냅다 무릎을 꿇는 등 자유분방한 무대 매너로 특히 호응을 얻었다.

피아노 윤석철·베이스 정상이·드럼 김영진으로 이루어진 윤석철트리오의 공연은 단숨에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재즈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는 순간이었다. 윤석철은 신시사이저와 그랜드 피아노를 오가며 각기 다른 음질로 완성된 음악을 선사, 관객들의 감성을 한껏 깊고 넓게 만들어줬다. 감각적인 사운드와 연주에 감탄하다가 이내 그랜드 피아노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선율에 녹아들었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둑해지는 배경에 어울리는 재즈 무대에 관객들이 몰리면서 객석이 뒤쪽까지 꽉 찼다.

윤석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헤드라이너를 하게 됐다"고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본인의 무대에 앞서 오코에의 공연에도 세션으로도 참여했었다. 윤석철은 마이클 메이요, 벨라 플렉·에드마 카스타네다·안토니오 산체스 트리오 등의 무대를 봤다면서 "너무 감명 깊었다. '괜히 봤다' 싶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올해가 역대급 라인업이라고 생각한다. 역대급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여 재차 웃음을 안겼다.

실내 무대인 SK핸드볼경기장에서는 JTBC '싱어게인3' 우승자인 홍이삭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OST로 발매한 '내사랑 내곁에'를 부를 땐 떼창이 나오기도 했다. 감미로운 노래에 푹 빠져 서로 포옹을 한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홍이삭의 감성 무대는 최유리가 이어받았다.


감성적인 무드가 야외를 감쌌다면, 대형 공연장인 KSPO DOME은 열정으로 펄펄 끓었다. 이탈리아 록밴드 모네스킨의 보컬 다미아노 다비드가 혼신의 무대로 장내 열기를 끌어올렸다.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보이시스(Voices)'를 부른 그는 흥겹게 '탱고(Tango)'까지 소화했다. 다미아노 다비드는 "처음 한국에 왔고, 이건 내 첫 서울 공연"이라면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꺼내 들더니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다미아노입니다.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내 상의를 탈의하고 귀가 얼얼한 정도로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뚫는 단단한 보컬로 노래를 이어갔다.

이어 무대에 오른 가수는 그룹 NCT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 도영이었다. 밴드 음악에 큰 애정을 보여온 그는 지난해 솔로 앨범을 통해 완성도 높은 곡을 다수 발표했었다. '새봄의 노래', '로스트 인 캘리포니아(Lost in California)' 등 자신의 노래로 무대를 시작했다. 현장에는 NCT의 응원봉을 든 팬 시즈니(공식 팬덤명)를 비롯해 '서울재즈페스티벌'만을 보고 온 관객들도 있었다. 이에 도영은 영화 '라붐'의 OST '리얼리티(Reality)'를 재즈풍으로 준비해오는 정성을 보였다.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88잔디마당 무대에는 '맨발'의 제이콥 콜리어가 있었다. 재즈에 그루브, 일렉트로닉, 펑크, 가스펠, 포크, 아카펠라까지 여러 장르가 조합된 퓨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제이콥 콜리어는 혁신적인 스타일로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수다. 59년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유명해졌고, 그래미에서도 7관왕을 달성하며 '천재 뮤지션'으로 불리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고 있는 그의 행보와 꼭 닮은 시작이었다. 맨발로 등장한 제이콥 콜리어는 일렉 기타를 메고 종횡무진 무대를 누볐다. 폴짝폴짝 뛰며 넘치는 에너지로 '웰(WELLLL)'을 열창하던 그는 이내 피아노 앞에 앉아 풍성한 아카펠라가 더해져 가스펠 분위기까지 나는 '웨얼에버 아이 고(Wherever I Go)'를 감미롭게 불렀다. 그러다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리틀 블루(Little Blue)'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야말로 쥐락펴락, 무대를 자신만의 세계로 만들어 장악했다.

관객들이 일제히 "제이콥"을 연호하자, 그는 신난 듯 방방 뛰었고 "여러분 기분 좋냐"고 물었다. 이어 자신도 기분이 좋다면서 "내가 여기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박수받았다. 객석에서 "사랑해요"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 러브 유 투!"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제이콥 콜리어는 무려 90분간 무대를 꽉 채우며 그의 음악적 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처럼 '서울재즈페스티벌'은 폭넓은 장르 경험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재즈의 비율은 줄었을지언정, 본연의 존재 가치를 꾸준히 가져가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장르의 확대는 더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페스티벌로 발전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현장은 아이와 동반한 가족부터 연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로 붐볐다. 햇볕을 쬐는 이열치열 방식으로, 혹은 그늘에서 돗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하는 방식으로 '다장르' 음악을 맛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피서를 즐겼다.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고민해볼 필요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재즈 DNA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긍정적인 변화의 단계를 밟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메인 무대인 88잔디마당의 헤드라이너는 첫째 날 밴드 레이니였으나, 둘째 날은 라틴 재즈의 거장 엘리아니 엘리아스, 마지막 날은 제이콥 콜리어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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