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의 정체성을 생각하고 쓰진 않았어요. 양악기를 쓰는 것처럼 국악을 풀어내려 했어요.”
작곡가 이하느리는 지난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하느리는 최근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다. 18세에 불과하던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버르토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뿐 아니라 지난 3월 임윤찬이 그의 곡을 초연해서다. 이번엔 국악에 도전한다. 오는 26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국악 공연 ‘장단의 재발견’을 선보인다.
이하느리의 국악 작곡엔 새로움을 갈구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 악단은 지난해 11월 현대음악 스타일에 맞춰 국악기를 재배치한 공연을 선보였다. 지금은 이하느리가 쓴 신곡을 두고 단원들의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인터뷰에 함께한 이승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은 엄지와 검지로 100원짜리 동전을 잡는 듯한 시늉을 하며 “악보 두께가 이 정도 돼 연습할 게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어떤 악장에선 음악이 한없이 흐르다가도 어떤 악장에선 레고 블록을 쌓듯 소리가 쌓이는 곡”이라고 말했다.
곡의 이름은 ‘언셀렉티드 앰비언트 루프스 25-25’. 곡명에서 나타나듯 이하느리는 반복되는 음악적 루프(순환)에 집중해 곡을 썼다. 현대음악에서 루프는 반복되는 짧은 리듬을 뜻한다. 소나타에서 되풀이되곤 하는 주제부보다는 멜로디 길이가 짧아 반복되는 느낌이 뚜렷하다. 이하느리는 “국악의 장단이란 것도 양악의 루프와 비슷하다”며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국악으로 풀되 지금까지 해온 장르들을 이어가려 했다”고 말했다.
국악에서도 새로움을 찾았다. 이하느리는 매력을 느끼게 된 국악기로 개량양금을 꼽았다. 양금은 국악기 중 유일하게 쇠줄로 된 현악기다. 양악의 침벌롬과 비슷하지만 손이 아니라 채로 소리를 낸다. 개량양금은 7음계인 전통양금과 달리 12반음계여서 음역이 더 넓다. 이하느리는 “악기 소리에서 작곡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며 “국악기들은 음향이 독특한 편인데 그중에서도 양금은 양악기와 같이 썼을 때 재미난 소리를 내 많은 가능성이 있는 악기”라고 했다. 이 단장은 “이번 곡도 양금의 연주 난도가 높다”며 “양금 속주를 공연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