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된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된다면 주가의 움직임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A 기업이 내일 실적을 발표한다고 하자. 주가가 상한가로 갈 정도의 좋은 실적이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를 안 투자자는 당장 A 기업 주식을 사려고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A 기업 주가는 오늘 이미 가격제한폭까지 오른다. ‘선반영’이다. 내일 이 기업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실적 발표 후 새로 나올 정보에 달렸다. 그런데 내일 새로 나올 정보는 오늘 시점에선 알지 못한다. 따라서 내일 주가는 예측할 수 없다. 이렇게 주가는 예측할 수 없고, 무작위로 움직인다고 하는 이론이 랜덤워크 가설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맞다면 유망한 종목을 고르는 일도 의미가 없어진다. 주가가 시장의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으니 이 주식이나 저 주식이나 다를 게 없다. 결국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는 불가능하다. 이 같은 이론적 기초에서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가 나왔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시장 참여자가 합리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반박한다. 때로는 공포에, 때로는 탐욕에 휩싸인 투자자의 비합리적 행동이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만들어내며 주가가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실증 연구로 밝혀낸 대표적 학자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다.
워런 버핏 같은 투자 대가들의 존재도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반박하는 근거다. 장기간 높은 성과를 내는 투자자에 대해 단지 그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시장에는 정보의 비대칭도 존재한다. 기업 경영진을 비롯해 일부는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은밀한 정보를 알고 있다. 파마 교수는 1992년 발표한 논문에서 시가총액,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의 지표로 주가 수익률을 예상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자기 이론과 정반대되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주식시장을 완벽하게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에 참고할 만한 시사점은 있다. 좋은 정보가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나도 알 만한 정보라면 시장에 파다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높고, 주가에도 이미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버핏 같은 사람을 보고 괜한 욕심을 내는 것도 금물이다. 초과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있다는 얘기는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성과를 얻는 ‘호구’도 있다는 뜻이다. 그게 누가 될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버핏조차 투자 비전문가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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