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받아들여 준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제78회 토니상을 휩쓴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작사·작곡상 수상자로 호명된 직후 무대에 올라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올해 토니상은 브로드웨이 공연·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한 직후여서 더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박 작가가 나눈 인터뷰의 일문일답.
▷한국 뮤지컬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사건인데,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오래전부터 이 작품을 성원해 준 한국 관객과 공연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많은 이에게 힘이 되는 소식이라 저 역시 기쁩니다. 이 응원이 우리 공연을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작품이 2016년 공식 초연 무대에 오르기 전 뉴욕에서 리딩 공연과 워크숍을 거쳤습니다. 처음부터 브로드웨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작품인가요.
“저는 애런슨 작곡가와 뉴욕, 서울을 오가며 영어, 한국어로 동시에 작업합니다. 지금까지 함께 쓴 모든 뮤지컬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영어 버전을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어요. 다만 꼭 브로드웨이에서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이 이야기와 음악이 저희의 의도대로 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어떤 곳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때 이 같은 성공을 예상했습니까.
“상업적인 성공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브로드웨이는 공연 제작비가 워낙 막대하다 보니 유명한 원작, 스타를 앞세우는 공연이 대부분입니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 게다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의 개막 자체를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컸죠. 처음엔 티켓이 거의 팔리지 않은 채로 개막해야 했습니다. 매주 손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치는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어요. 다행히 프리뷰 기간 관객의 반응이 매우 좋았고, 정식 개막 후 평론가의 높은 평이 쏟아져나오며 티켓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랑과 로맨스는 문화마다 차이가 크고 공감대를 이루기 까다로운 감정입니다. 현지 관객에게도 울림을 주기 위해 어떤 변주를 하셨나요.
“저는 한국에서 대학교까지 다니고 미국에서 유학했습니다. 뉴욕에서 직장을 다닐 때도 팀 내 거의 유일한 동양인으로 일해 양쪽 문화의 세세한 차이까지 알고 있어요. 미국 관객을 위해 특별한 변주를 했다기보다는 현지 관객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만 바꿨습니다. 한국어 버전에서는 암시만 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이 뉴욕에서 통할 수 있었던 중요한 비결이기도 하겠네요.
“네. 저희 팀이 서울과 뉴욕 양쪽에서 ‘현지인’으로 작업하며 온전히 우리 정서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게 중요한 요인입니다.”
▷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서울에서는 작년에 개막한 신작 뮤지컬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 그리고 제 연출 데뷔작인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재공연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뉴욕에서는 ‘일 테노레’ 등 저희 뮤지컬의 영어 버전 개발을 계속할 계획이고요.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해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일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한 게 10년 전인데, 한국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는 10월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기념 공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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