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oran Foundation’, 한글로는 우란문화재단이다. 우란문화재단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에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작품 개발부터 2020년 미국 첫 트라이아웃(시범공연)까지 지원을 이어간 공로를 인정받아 책자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우란문화재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친인 고(故) 박계희 워커힐미술관 관장의 호인 ‘우란(友蘭)’에서 이름을 딴 비영리 문화예술 지원 단체다. 동양화, 서예 등 문화 전반에 조예가 깊던 모친의 뜻을 이어받아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이사장(SK그룹 2대 주주)이 사재를 출연해 2014년 설립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난(蘭)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문화예술 인재를 지원한다는 목표다.
우란문화재단은 주로 실험적 성격의 공연과 전시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완성된 작품 중에서 지원 대상을 뽑는 다른 문화재단과 달리 재단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 창작자를 발굴하고, 잠재력 있는 작품을 키워나가는 것도 차별점이다. 이렇게 개발한 작품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약 5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예슬 우란문화재단 공연팀 프로듀서는 “장기적인 뮤지컬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창작자를 선정한 뒤 이들과 함께 소재를 찾고 작품을 개발하는 등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우란문화재단은 윌휴 콤비의 여러 아이디어 중 지금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된 로봇 소재를 낙점했다. 당시 작품 개발 과정에 참여한 박 프로듀서는 “배우들의 로봇 연기를 위해 성우를 초빙하고, 무대에서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신소재를 실험해보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우란문화재단이 이런 방식으로 지원한 작품은 현재까지 45편에 달한다.
CJ그룹 산하 CJ문화재단도 2010년부터 현재까지 77편의 국내 창작 뮤지컬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뮤지컬 ‘라흐 헤스트’는 국내에서 세 차례 공연하고, 일본 도쿄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두산아트센터와 KT&G도 각각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민간 지원은 기업 실적 악화로 규모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공공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공연산업은 한 번 찍으면 끝나는 영상과 달리 정식 공연, 해외 진출 등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며 “이에 맞춘 장기적 지원과 함께 뮤지컬을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프로듀서를 육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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