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경제 관료와 정치인을 두루 경험한 김 전 의장은 “우리 경제는 3~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 동안 최소 한 번 이상 경기 순환을 한다”며 “매년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기계적인 재정건전성 사고에서 벗어나 경기 주기에 맞춰 적자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으면 국가 재정이 무너진다는 호들갑은 전형적인 ‘건전재정 도그마’”라며 “재정 도그마에 빠져 연구개발(R&D)이나 교육 투자를 줄이는 것은 성장 동력을 해치는 제 살 깎아 먹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경제부총리 때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은 2004년 경제부총리 이임사에서 “균형재정의 도그마에 빠져 재정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쓰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당시도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때였다. 그는 훗날 회고록에서 “후발 추격자와 격차를 벌리려면 적극적인 재정 투자로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했는데,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으로 투자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냐는 통렬한 반성을 멈출 수 없었다”고 썼다.
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대통령 임기 단위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면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 의장은 “누진세라는 한국 세제의 특성상 호황이 오면 경제가 5% 성장할 때 세수는 10~15% 늘어난다”며 “호황 때 늘어나는 세수로 불황 때 낸 빚을 메워 5년 주기로 균형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예고한 데 대해서는 “지금은 불황기이기 때문에 하다못해 소상공인에게 돈을 나눠주는 방법이라도 써야 한다”며 “불황 때 돈을 써서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회복의 원동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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