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상법 개정안을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미뤘다. 민주당이 12일 본회의 자체를 미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조율 끝에 본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 처리는 오는 13일 지휘봉을 넘겨받는 민주당 차기 원내지도부 몫이 됐다.
오기형 의원 등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의원들은 지도부 교체와 별개로 상법 개정은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해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추가 논의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TF 의원들은 기존 개정안의 핵심이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와 ‘상장사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에 ‘독립이사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개정안은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한 명에서 두 명 이상으로 늘리면서 이들 전원에게 ‘3% 룰’을 적용하도록 했다. 3% 룰은 감사나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야당 시절 발의한 법안은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이번에는 전자투표제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빼고선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해야 한다는 게 TF 의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신중론’이 부상하고 있다. 야당이 아닌 여당이 된 만큼 더욱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상법은 증시뿐 아니라 개별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개정 상법 때문에 국내 기업 경영권이 사모펀드나 외국계 기관투자가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금융회사와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10대 상장사 중 4곳의 이사회가 외국계 기관투자가 연합에 넘어갈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이 낸 상법 개정안은 국회사무처 소속 전문위원들도 총주주의 개념이 불명확한 점, 기존 법체계와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점,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당 내부에선 “결국 이 대통령 의중에 달린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이 상법에 관심이 많고, 국내 증시 부양에 초반 역량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차기 원내 지도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우선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를 하겠지만 결국 당 지도부가 정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실 의중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방송 3법’도 본회의 일정 연기로 자연스럽게 처리가 미뤄졌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일 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부담이 작은 편인데, 여당이 추진하는 개혁입법은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내부에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형창/최해련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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