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됐던 윤석열 검사가 수사 전면에 다시 등장한 건 2016년 말이다.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해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가 그를 수사팀장으로 영입했다. 압수수색 46회, 참고인 900여 명 조사 등 거침없는 수사를 통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 검사의 ‘강골’ 이미지는 더 공고해졌다.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적폐 수사’를 주도했고, 검찰총장에 오른 뒤 ‘조국 수사’를 발판 삼아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지금은 파면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로 재판받는 처지가 됐지만 끝이 아니다. 3개 특검이 그와 부인이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상도 광범위하다. 내란 특검이 내란·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비상계엄 관련 범죄 의혹 11개를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 가방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등 16개나 된다. 여기에 해병대원 특검을 더하면 수사 대상은 35개에 달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70일 동안 얼마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3개 특검법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 수사가 전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정권 교체 직후 이뤄지는 대규모 수사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 논란을 부르기 마련이다. 특검 수사가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에 기반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수사가 사회적 피로와 갈등을 증폭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과잉은 금물이다. 중대 사안이 아니라면 본류에 수사력을 모아야 한다.
“사실상 못할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번 특검에 과거 적폐 수사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권한다. 문 정부 초기 진행된 적폐 수사 재판의 1심 무죄율은 약 15%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약 3%)의 다섯 배에 달했다. 수사 성과만 좇다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선 안 된다. 비상한 시기에 출범하는 특검의 절제된 수사를 통해 비상계엄 등과 관련한 의혹의 진상이 드러나고,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특검에 투입될 약 400억원의 국민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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