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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체육관·수영장 '주민 개방 딜레마'

입력 2025-06-11 18:13   수정 2025-06-12 00:17

정부가 학교복합시설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체계적인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에 문제가 발생하면 민원이 학교로 집중되지만 정작 위탁 운영 업체 선정에 학교가 관여할 권한이 없어 부실 업체로 인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접근성 높아 주민에게 ‘인기’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교복합시설은 2022년 216곳에서 2023년 255곳, 올해 6월 기준 303곳으로 늘어났다. 연내 336곳으로 확대하는 게 교육부 목표다. 학교복합시설은 수영장, 체육관 등 체육·문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학교 내 관련 시설을 지역 주민과 학생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시설이다.

주민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학교는 주거지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강습료도 민간 시설보다 10~30% 저렴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생존수영 등 기존 교육 정책과의 연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교 현장의 반응은 정부 및 주민들과 사뭇 다르다. 시설 운영 장소가 학교라는 이유로 각종 운영상 문제와 민원이 학교에 집중되면서 행정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내동 서울성일초 사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 이 학교의 체육시설을 운영하던 민간 업체 대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용자에게 별다른 안내 없이 시설을 폐쇄한 뒤 잠적했다. 이후 시설 운영은 1년 이상 중단됐고 이에 따른 모든 민원 대응은 학교장이 떠맡아야 했다.
◇민원 늘어나고 관리 부담 커
이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위탁 업체 선정 방식 때문이란 게 학교장들과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학교 시설의 소유권을 보유한 교육청은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41조’에 따라 위탁 운영사를 선정할 때 낙찰가가 가장 높은 업체에 사용 허가를 내준다. 공유재산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업체의 재무건전성, 시설 운영 경험, 도덕성 등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정 업체가 최고가로 사용 허가를 받으면 학교가 해당 업체의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

시설 유지비도 학교 현장에는 큰 부담이다. 시설을 신축할 때는 사업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후 리모델링, 설비 교체 등 큰 비용이 발생할 때에는 학교가 자체 적립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복합시설을 운영하면 외부 방문자가 많아져 학교 시설 전반의 노후화 속도가 빨라진다”며 “장기적으로 학교의 재정 부담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인 출입 통제도 어려워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한 초등학교 보안관은 “학교 입장에서는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데 주민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잦아 곤란할 때가 많다”며 “동선 관리, 시설 접근 제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르면 이달 학교복합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학교복합시설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교육감이 학교복합시설 운영을 지원하는 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반기 외부인 출입·통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현장에선 이 법안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의 한 학교장은 “애초에 부실 업체를 걸러내거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등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결국 학교복합시설의 취지를 살리려면 단순 비용 지원을 넘어 입찰제도·안전관리·책임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 재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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