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중심부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AI 기능이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구매 요인이 되고 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또는 폴더블폰과 바(Bar) 형태 스마트폰 등 브랜드와 폼팩터(형태)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며 카메라 성능·편의성·가격·디자인 등 전통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AI 기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5%에서 29%로 4%포인트 증가했다. 10명 중 3명은 스마트폰 AI 기능을 불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새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가격을 최우선으로 꼽은 응답자는 6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긴 배터리 수명' 54%, '더 많은 저장공간' 39%, '카메라 성능' 30% 순이었다.
물론 14%는 AI 기능이 도움이 된다고 봤다. 이들은 더 많은 AI 기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MZ세대가 스마트폰으로 AI 기능을 사용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흥미 위주의 기능에서 벗어나 일상 전반을 보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AI 기능의 효용도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AI 분야 전문가는 "애플은 AI 기반의 개인화된 시리를 선보인다고 했지만 아직 기대 이하의 AI 기능으로 소송에 걸린 상태이고 삼성을 보더라도 AI 기능이 작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신기하고 흥미로운 정도를 뛰어넘을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AI 사용 방식과 소비자 니즈를 포착해 효용을 느낄 수 있는 AI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씨넷 조사에선 응답자 중 50%가 스마트폰 AI 기능에 대해 '월 구독료'와 같은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조사보다 5%포인트 더 늘었다. AI 기능에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이 기간 6%에서 3%로 쪼그라들었다.
스마트폰 AI 기능으로 텍스트를 요약·작성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고 이미지 생성 도구를 사용한다는 답변도 8%에 불과했다. AI 사진 편집 기능을 활용하는 응답자도 7%뿐이었다. 20%는 '스마트폰 AI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조차 모른다'고 털어놨다.
AI 경쟁에선 애플이 다소 뒤처지고 있다. 애플은 최근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통화·메시지 실시간 번역과 캡처된 화면 속 제품을 검색하는 AI 기능을 선보였는데 모두 삼성전자와 구글이 이미 선보인 기술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애플의 WWDC 발표 내용을 겨냥한 듯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앱? 플로팅 바? 세련된 유리 UI? 왠지 익숙하네요", "실시간 번역이 처음이신가요? 환영합니다! 저희는 꽤 오래전부터 텍스트와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왔습니다"라는 등의 게시물을 연이어 올렸다.
씨넷은 이번 조사 결과가 "AI는 거의 모든 새로운 스마트폰의 필수 요소가 됐지만 그렇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AI에 대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낙관적 접근 방식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우려 사이의 불일치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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