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덟 번째 개인전 '항백 필선의 노래'가 12일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개막했다. 문자에서 선으로, 선에서 울림으로 나아가는 탐구의 여정이 담긴다. 서예의 언어적 차원을 넘어 시각적 환희로 나아가는 그의 작품은 고전 서법의 원리를 바탕으로 문자를 덜어내고, 선의 기세와 공간의 여백을 살려 '문자 이전의 문자'를 탐색한다.

하석 선생에게 사사하고 추사 김정희 선생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은 그는 추사체를 재해석한 논문과 묵서집을 발간한 이론가이기도 하다. 전통 서법을 바탕으로 자신의 창작론인 '관계론 서법'을 정립해 시각예술로 확장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작가가 정리한 '추사필법론'은 크게 세 단계다. 강하고 분명한 동작으로 시작하는 제 1동작 기필, 한 호흡을 쉬었다 송곳으로 모래를 찌르는 깊이를 유지하며 그어가는 제 2동작 행필, 흐트러짐 없이 먹과 지면에 밀착시키는 제 3동작 수필 등이다. 그는 추사서법을 재현할 최적의 소재인 한지와 송연묵을 결합했다. 화선지에 유연묵을 쓸 때보다 더 묵직하고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항백 작가는 고전 서법의 원리를 바탕으로 문자와 공간의 관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온 서예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시각예술과 미술의 관점에서 선과 공간의 관계를 예술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독창적 형식인 ‘문자도(文字圖)’를 바탕으로 전통의 근본을 탐구하되 시대성과 감각을 덧입혀, 고전과 현대를 잇는 독창적인 미학을 제시한다. 이주희 미술평론가는 “전통에 매몰되지 않고 현대를 지향하는 탄탄한 이해를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항백 작가가 보여주는 선(線)과 그것에서 나아간 공간미가 한국 화단에 잊혀져 가는 미감과 더불어 새로운 시각예술의 형식을 보여줄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전 '필선의 노래'는 그간 축적된 실험의 집약으로, 총 40여 점의 작품이 놓였다. 총 7개의 곡(曲)으로 구성돼 있다. 각 곡은 전시 전체의 주제인 문자에서 선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표현한다. 전시는 6월 18일까지다. 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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