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건의 1심 재판 격인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들어가본 기업인은 하나같이 “무죄는 쉽지 않겠다”고 한다. ‘판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 위원 9명 중 과반이 넘는 5명이 현직 공정위 공무원이어서다. 이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대기업을 온갖 규제로 옭아매고 현장 조사를 진두지휘한 ‘검사’ 역할을 했다. 수사도, 기소도, 판결도 한 몸체에서 수행하니 무소불위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검사와 판사 역할을 다 하는 조직 구조는 공정위에 ‘재계의 저승사자’란 별명을 안겨줬다. 공정위 레이더 망에 잘못 걸리면 실제 과실이 없더라도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탈탈 털리기 때문이다. 전원회의에 올라가면 무혐의를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 낙인이 찍힌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항소 후 2심 법원에서 다퉈보는 것밖에 없다. 공정위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낸 비율이 2023년 19.1%에서 지난해 24.4%로 올라간 게 기업들의 속앓이를 대변한다.
그렇게 법원으로 넘어간 공정위 심결의 상당수는 뒤집힌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와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 갑질’ 사건에서 일부 패소한 게 대표적인 예다. “법원이 판단하는 2심부터는 공정위의 ‘홈 어드밴티지’가 없기 때문”이란 산업계의 비아냥은 이래서 나온다.
하지만 ‘성장’과 ‘공정’을 경제정책 화두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공정위 강화를 예고한 것에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공정위 인력이 증원돼 곳곳에서 기업을 못살게 굴면 지금 대한민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론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기업집단국을 신설한 2017년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는 이재명 정부가 공정위의 역할과 기능부터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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