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 기간을 6개월로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협의에 관여한 소식통은 “중국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희토류 통제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고위급 대표단은 지난 9~10일 영국 런던에서 2차 무역 협상을 했다. 양측은 스위스 제네바 1차 협상 때 도출한 방안을 이행하기 위한 기본 틀에 합의했다.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를 다시 수출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 유학생 비자 발급을 재개하는 내용 등이 합의안에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 “중국이 필요한 모든 희토류를 먼저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협상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의 강력한 희토류 패권은 기업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산 희토류는 자동차 모터, 산업용 로봇, 반도체 장비, 군사 무기 등 첨단 제조업 전반에 폭넓게 쓰인다. 지난 4월 초 중국이 7개 희토류 금속과 관련 자석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자 글로벌 자동차·항공우주·반도체 업계는 심각한 공급망 차질을 겪었다.
희토류 통제는 단순한 ‘물량 통제’가 아니라 ‘정보 통제’로 확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러 기업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희토류 및 자석 수출 승인 과정에서 생산 세부 사항, 고객사 목록, 과거 거래 내용 등 민감한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자석 제조업체 마그노스피어의 프랑크 에카르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당국이 우리 제품과 사업에 관한 기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보를 몰래 훔치려 하기보다는 공식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스피커 제조사 B&C스피커스의 안드레아 프라테시 공급망 담당 이사도 “생산라인 사진, 동영상, 시장 정보, 고객사 리스트와 일부 주문서까지 제출했다”며 “요청 자료를 내지 않으면 서류 자체를 접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정보 요구가 사실상 거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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