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뮈세윔플레인을 벗어나 암스테르담 구도심으로 들어서면 이색 박물관들이 관광객을 기다린다. 네덜란드 통계청이 집계한 암스테르담의 박물관 수는 85개. 운하 하나를 건널 때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세워진 박물관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 정도다.

남쪽에서 구도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H아트뮤지엄은 렘브란트 작품을 만끽하고 싶은 이라면 빠뜨려선 안 되는 곳이다. 1682년 양로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2009년부터 세계 주요 미술관과 협업해 기획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오는 8월까진 렘브란트와 바로크 시대 화가인 페르메이르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강바람을 맞으며 에이강에 맞닿으면 해양박물관이 나온다. 함선, 항해 역사뿐 아니라 해양과 관련한 온갖 전시품을 소장한 곳이다. 17세기부터 이어진 북극항로의 고래사냥 역사를 소개한 부분에 주목할 만하다. 고래 내장처럼 꾸며놓은 암실에 들어가 심장 모형에서 나는 박동 소리를 듣다 보면 오싹함이 몰려온다. 네덜란드가 식민지로 삼았던 수리남과 서인도제도의 예술가들을 조명한 전시 공간도 흥미롭다. 식민지 정책이 원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룬다는 점에서 역사를 되짚어보는 다크 투어리즘 성격도 띤다.

암스테르담만의 개성을 느낄 만한 다른 뮤지엄도 많다. 세계 2차대전에서 나치 독일군에게 저항한 군인들의 삶을 다룬 레지스탕스뮤지엄은 유럽 여행객이 특히 많이 찾는 관광지다. 튤립의 이모저모를 다룬 튤립뮤지엄, 세계 명사들을 밀랍 인형으로 전시한 마담투소뮤지엄은 구도심 한가운데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만하다. 섹스뮤지엄은 외설적으로 바라보기 쉬운 성을 역사적 시각에서 다룬다. 중세, 동양 등 시공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전시 구성이 알차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의 전시물을 소장한 루터뮤지엄이 좋다. 이 박물관은 서쪽에 식물원, 동쪽에 동물원을 두고 있어 도보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산책로가 된다.
암스테르담=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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