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경찰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상품권업체 대표 A씨 등 자금세탁 조직원 21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중 11명은 구속됐다.
A씨는 2023년 1월부터 작년 3월까지 약 2388억원의 범죄수익금을 '상품권 거래 대금' 명목으로 받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 자금은 주로 투자 리딩방 사기나 사이버 도박 등 범죄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자금세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3단계 구조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투자사기 등 범죄조직이 '상선'이라 불리는 중간책에게 돈세탁을 의뢰하고 범죄수익을 송금했다. 상선은 범죄조직을 위해 돈세탁을 대행해주는 일종의 브로커였다.
이 상선들은 허위 상품권업체에게 범죄수익을 송금하며 세탁을 의뢰했다. 이 허위 업체들은 송금받은 금액에서 1%의 수수료를 제한 뒤 실제 상품권업체 대표 A씨에게 자금을 송금했다.
A씨는 송금받은 금액에서 0.1~0.3% 사이의 수수료를 제한 뒤, 현금을 다시 허위 업체들에게 전달했다. 이는 다시 범죄조직에 전달돼 '깨끗한 돈'으로 둔갑했다. 모든 과정에서 실제 상품권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가 범죄조직을 위해 세탁한 현금은 각 100억원에서 많게는 400억원에 이르렀다. 1회에 최대 3억원 상당의 현금을 봉투에 포장해 전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이 적발한 A씨와 연계된 허위 상품권 업체는 11곳이다. 이들은 모두 "송금받은 돈이 범죄수익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등 상품권 업체 대표들이 취득한 범죄수익 중 6억2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경찰은 자금세탁을 의뢰한 투자사기 등 범죄조직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구로서 관계자는"상품권 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원이 남지 않고, 상품권 업자들도 부가가치세 면세 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개별 거래를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며 "상품권업체가 돈세탁에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거래내역 증빙 등 세무 당국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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