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를 폭행한 뒤 피해자의 신고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무고죄로 맞고소한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 대법원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징계가 국가나 공공기관이 내리는 ‘공법상 징계처분’이 아니라 기관 내부의 사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무고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일부 무죄, 일부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경찰인재개발원 산하 체력단련장에서 근무 중 동료 D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D씨의 가슴을 주먹으로 1회 때리고 손을 움켜쥐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D씨가 기관 내부의 ‘갑질신고센터’에 이를 신고하자 A씨는 “허위 신고로 인해 징계를 받았다”며 D씨를 무고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쟁점은 사적 조치에 불과한 징계가 공적 제재를 전제로 하는 무고죄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CCTV 영상, 상해진단서, 피해자 및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폭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인재개발원의 계약직 직원에 대한 징계는 국가기관이 내리는 공법상 징계처분이 아닌 사적 고용계약상의 조치”라며 무고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허위 신고로 징계를 유도했다면 이는 무고에 해당한다”며 상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무고죄는 형사처분이나 국가 등의 공법상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의 허위 신고가 있어야 성립한다”며 “해당 사건의 징계는 사법상 근로계약에 따른 기관 내부의 징계로 공법상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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