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기업에 뭘 해줄 수 있을까 관심이 많을 텐데, 저희는 국가 경제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삼성 등 5대 그룹 총수 및 6개 경제단체 수장들과 한 첫 간담회에서 미국과의 통상 협상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건 만큼 핵심 역할을 할 기업 경영 환경을 좋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새 정부에 기대를 나타내며 민관이 ‘원팀’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 뒤 다음 세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정통 산업에도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를 더욱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할지 안 할지 그 무엇도 결정되지 않아 불안한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통 과제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이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면 양국은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강조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첨단 분야는 주요 국가가 자국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며 국가 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어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통상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 AI 분야는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비롯해 통상 문제에 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처음 하는 상견례 형태인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간담회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관세 문제로 겪는 어려움을 묻고, 기업인들이 답하는 형태였다고 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미국과 중국에 치우친 무역 구조를 탈피하고 수출처를 다변화하려면 보험·금융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문화 콘텐츠 산업은 다른 산업과 연계되고 일자리도 창출하기에 적극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정부가 관세 피해를 본 수출 기업에 파격적이고 신속한 재정·세제·금융 지원책을 적극 추진해 주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상하원 의원을 만났는데, 이 대통령 취임에 기대가 컸다”며 “한·미·일 관계가 중요해지기에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은 “상속·증여세는 기업의 밸류업, 경제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60%로 상속세율(최대주주 할증 포함)이 지나치게 높아 가업 승계가 이뤄지지 않고 해외 사모펀드에 팔려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를 전한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방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면서도 “문제에 대해선 이해했고, 서로 소통하자. 국정 철학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법을 찾아보자”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선 노조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잘 이해해주는 등 긍정적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고충을 잘 들어보겠다는 취지로도 발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산업 경쟁력과 이로 인한 국내 산업의 영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며 “이 대통령 행보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형규/김보형/은정진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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