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강도도 안 가져가는 돈’으로 불렸다. 2022년 8월 국경 도시 엥카르나시온 마트에 강도가 들었다. 점원이 페소화를 내주자 “이 돈 가지고 뭘 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고 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페소화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일화다. ‘침대 은행’이란 말도 유명하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돈이 생길 때마다 달러로 환전해 침대 밑에 숨기는 사람이 많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23년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재정 지출을 30%가량 줄였다. 연료·교통 등 공공요금에 대한 국가 보조금은 물론 연금 예산도 삭감했다. 불필요한 정부 기관과 공기업은 없애거나 민영화했다. 수입 규제를 철폐해 수입품 가격을 떨어뜨렸고, 해고가 쉽도록 노동법을 바꿨다. 하나같이 단기적으로 국민 삶을 팍팍하게 하는 인기 없는 정책이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부쩍 많아진 것도 ‘전기톱 개혁’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5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건 성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해 상반기 52.9%였던 빈곤율(소득이 최저 생계비 이하인 국민 비중)이 하반기 38.1%까지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이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요즘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포퓰리즘으로 망가진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 온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좋은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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