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과정에서 어떤 국민도 거대 노조에 정책 설계자 역할을 맡긴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행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맺고 김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은 만큼 새 정부에 지분이 있다는 게 한국노총의 생각인 듯하다. 급박한 대선 기간에 정당과 거대 이익집단 간 무슨 약속과 거래가 있었는지 우리는 내막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밀약이 있었다고 한들 국민 뜻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면 아무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노총의 월권적 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회에서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정년 연장 등 노동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전향적 결정을 요구했지만 공론화 과정이 더 필요하다.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주 4.5일제는 ‘성장’이라는 절박한 목표에 대한 역주행이다. 정년 연장 역시 단번에 의무화하기보다 재고용 확대 등 순차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견해가 우세하다.
대선 때 노동계와 밀착한 새 정부가 조금씩 거리 두기 조짐을 보이는 점은 다행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주요 기업 총수들과 회동해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언급했다. 박근혜(취임 6개월)·문재인(74일) 정부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64일) 정부보다 훨씬 빠른 일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유연한 자세로 새 대통령의 실용경제를 뒷받침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시대에 정책 유연성은 필수다. 선거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으로 기운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 잘못된 공약은 이해당사자와 국민 동의를 거쳐 수정해 나가는 게 집권당의 필수 덕목이다. ‘노동 공동정부’라는 노동계의 터무니없는 주장과는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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