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신뢰 회복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지난 13~14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요약했다. 방만한 조직 운영에 따른 비효율이 드러나고 올 4월 SK텔레콤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반성이다. 오랜 기간 누적된 비효율적인 계열사 관리와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이 쌓이면서 구조적 취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는 게 자체 진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그룹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이 함께한 회의의 키워드는 ‘신뢰 회복’이었다. SK 경영진은 “운영의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처방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기본기를 강조하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어록을 다시 들춰본 이유다. 주요 경영진은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만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해 사회의 신뢰를 얻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중복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자고 합의했다. SK그룹의 계열사는 지난달 기준 198개로, 작년(219개)보다 21곳 줄였지만 여전히 많다. 정리한 계열사는 매년 1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알짜회사인 SK스페셜티와 SK렌터카 등도 있었다.
이것으론 부족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SK실트론과 소각업체인 리뉴원, 하폐수 처리회사인 리뉴어스 등도 연내 매각을 밀어붙인다. 매각되면 약 5조원을 확보하는데, SK그룹은 이런 식으로 2027년까지 80조원의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울산에 수조원을 투자해 2029년까지 총 103㎿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인데, SK하이닉스가 투자금을 대면서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 데이터센터를 1GW급으로 확장해 동북아시아 최대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키우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 E&S와의 합병으로 자산 105조원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종합 에너지 회사로 거듭난 SK이노베이션을 에너지사업 중심 회사로 삼아 키운다는 공감대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해상풍력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의 신사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리더들은 앞장서 구성원이 역량과 패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SK텔레콤은 16일부터 신규 영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일단 이심(eSIM)부터 시작하고 신규 유심을 통한 영업은 20일 직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정부에서 지난달 1일 신규 가입자 모집과 번호 이동 등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고 이에 따랐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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