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에서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 8억달러를 종잣돈으로 삼아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청구권 자금은 옛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 등 국가 기간산업 건설에 쓰였다. 이는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65년 대일 수출 4464만달러, 수입 1억7498만달러로 총 2억1962만달러이던 한·일 교역은 지난해 약 350배인 772억99만달러로 늘었다. 한국의 수출국 순위에서 일본은 4위, 일본의 수출국 순위에선 한국이 3위다. 최근 10여 년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일 수출과 수입은 2011년 각각 396억8000만달러, 683억2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다. 한국이 중간재 등을 국산화하고 일본 제조기업이 한국 투자를 늘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적 교류는 더 확대됐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22만4079명,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881만7800명에 달했다. 한 해 총 1204만1879명이 양국을 오갔다. 1965년 2만2160명에 비해 약 543배 늘었다.
다만 ‘치유되지 않은 과거사’는 여전히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다.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내각 땐 한·일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3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면서다.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 땐 관계를 개선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해 취임 후 한·일 역사 문제에서 온건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실용 외교’를 앞세우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진 가운데 한·일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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