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에너지기업 셸은 2009년 미국 엑슨모빌과 함께 가이아나 스타브룩광구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분을 50%까지 확보했지만, 초기 탐사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2014년 엑슨모빌에 광권을 1달러에 넘기고 철수했다. 탐사를 이어간 엑슨모빌이 이듬해 리자-1 유전을 발견하며 상황이 급반전했다. 남미 최빈국이던 가이아나는 매장량 17위 산유국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자원 개발 전문가들은 15일 “가이아나 사례는 초기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개발을 이어간 국가와 기업이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동해 울릉분지처럼 상업성이 입증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꾸준한 탐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 결과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전격 발표한 게 화근이 됐다. 자원 탐사가 정치 쟁점화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왕고래는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공격했다. 올해 예산으로 편성된 정부 몫 1차 시추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동해 분지의 정치적 프레임을 희석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20%의 성공 확률을 도출할 때 가정한 8개 요소가 있다”며 “시추를 통해 이들 가정이 적절했는지 검증해야 할 시점인데, 정치적 논란으로 탐사가 중단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자원 안보 측면에서 꾸준한 개발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다른 전문가는 “시추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서라도 더 뚫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이 확보한 시추공 데이터는 작년 말 기준 각각 4만8000개, 800개에 달한다. 한국이 가진 시추 이력은 7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산을 대폭 늘린 남해 분지(5광구, 6-2광구)에 대해 동해 분지와 비교해 유망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한·일의 일방적인 공동 개발 협정 종료 통보가 가능해진 7광구에 대한 ‘깃발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근 5광구 등의 집중 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원 전문가는 “석유 매장 가능성은 유기물이 축적된 두꺼운 퇴적층이 있느냐에 달렸는데 5광구 등은 중국이 원유·가스를 생산하는 시후분지의 가장자리에 살짝 걸치는 정도라 이론상 매장량이 충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개발 목적에선 유망성이 낮더라도) 탄소포집저장(CCS) 등 기후 대응 인프라로는 여전히 의미 있는 탐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