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피해 여성의 집에 무단 침입해 속옷을 뒤진 3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해 보복 우려가 큰데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검찰 단계에서 영장이 기각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은 이번 재청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근접성, 행위의 반복성, 보복 가능성 등을 강조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구할 방침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안동경찰서는 안동 용상동 인근 아파트에서 스토킹 혐의로 체포된 30대 남성 C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피해 여성들과 가해자가 같은 단지에 거주하고 반복적인 침입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구속 필요성을 다시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C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1시께 안동 용상동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 A씨의 집에 베란다를 통해 무단 침입해, 옷장과 서랍을 열고 수차례 속옷을 꺼내 드는 등 약 1시간 동안 총 3~4차례나 출입을 반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 CCTV 영상,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 11일 C씨를 체포하고 수십 쪽 분량의 구속 사유서를 검찰에 제출했지만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초범이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초 구속영장 청구 당시 경찰은 피해자로부터 확보한 짧은 CCTV 영상만을 주요 증거로 제출했으며 사건 전후의 추가 CCTV 영상자료, 재범행 가능성 등 구체적인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영장 재청구에 앞서 관련 자료를 보완하고, 가해자의 반복성·위험성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 여성들은 현재 거주지를 떠날 정도로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피의자가 반경 약 30~40m 이내의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데다 유치장에서 풀려난 남성의 나이대나 직업, 정확한 거주지도 알 수 없어서다. 경찰은 무죄 추정 원칙, 개인정보호 등을 이유로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피해자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A씨와 함께 거주하던 B씨는 “가해자가 여전히 근처에 있어 집에 혼자 있을 수 없다”며 “사전에 여성들만 사는 집임을 파악하고 들어왔다는 것도 소름돋고 보복 범죄가 무섭더라도 수사기관을 믿고 신고했는데 내가 사는 집에서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절망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를 준비 중이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는 사망 전 수차례 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영장은 기각됐으며, 대구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달아났던 피의자는 지난 15일 세종에서 붙잡혔다.
법조계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범죄의 재발 우려가 있는 경우 위치추적장치 부착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경찰이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신청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기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대구경찰이 신청한 전자발찌 부착 건수는 총 26건이었으나 법원이 받아들인 건은 7건에 불과했다. 올해도 6건 중 절반인 3건만 승인됐다.
스토킹처벌법상 '잠정 조치'는 스토킹 범죄 재발 우려가 있는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내리는 조치로 1호 스토킹범죄 중단 서면 경고, 2호 피해자의 주거지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전기통신망 등을 이용한 연락금지, 3호2 전자발찌 부착, 4호 유치장·구치소 유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전자발찌 부착’(3호의2)은 유죄 판결 전 수사 단계에서도 피의자에게 부착할 수 있도록 신설된 조항으로 지난해 1월 12일부터 시행됐다.
스토킹 피해 사례도 매년 늘고 있다.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20년 4513건에서 2023년 3만1947건으로 7배 급증했고, 보복 범죄 역시 2019년 385건에서 지난해 686건으로 늘었다. 서예은 법무법인 가엘 변호사는 “스토킹은 단발성이 아니라 누적되는 범죄”라며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김다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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